농업계, 서명운동·시위 등 2년 넘게 힘든 싸움 펼쳐 이 총리·장관 등도 힘 보태
농축수산물의 선물가액을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13일 입법예고됐다. 2018년 1월5일까지 24일간의 입법예고와 차관회의·국무회의를 거쳐 늦어도 1월 하순까지는 입법이 완료될 전망이다.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선물가액을 조정한 ‘시행령 개정’이라는 성과를 거둔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2년 넘게 힘든 싸움을 계속해온 농업계 전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도 김영란법에 따른 피해와 시행령 개정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적극적인 측면 지원을 통해 시행령이 개정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농업계는 2015년 3월3일 김영란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김영란법이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농업을 더 크게 위협할 수 있다”며 김영란법 개정 투쟁에 나섰다.
가장 먼저 머리띠를 두른 곳은 (사)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회장 유송식)다. 연합회는 제정안 국회 통과 직후인 6월 김영란법의 처벌 대상금품에서 농산물을 제외하고, 오히려 국내산 농산물을 선물로 장려하는 특례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서명을 진행했다.
이어 한국농축산연합회(상임대표 이홍기)와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의장 배수동·경북 성주 서부농협 조합장)를 비롯해 전국한우협회(회장 김홍길)·한국인삼협회(회장 반상배)·한국화훼단체협의회(회장 임영호) 등 농민단체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집회 개최 또는 탄원서 전달 등의 방식으로 김영란법 가액을 상향하거나 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해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소속 농민단체들은 9월26일 ‘김영란법 시행 1주년 토론회’가 열린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김영란법 개정 촉구대회’를 열고 “힘 없는 농가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지금 즉시 법을 개정,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는 11월13일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김영란법 개정을 촉구하는 조합장 릴레이 1인 시위까지 진행했다. 협의회는 <농민신문>에 관련 광고도 게재하는 등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을 전국민에게 알리는 데 앞장섰다.
농식품부와 해수부의 역할도 컸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6월 인사청문회 때부터 김영란법의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고, 이후에도 수차례 이를 강조했다. 올 추석 전에 시행령상 가액이 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까지 했을 정도다. 이낙연 총리의 표현대로 김영록 장관과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거의 독립투쟁하듯이’ 시행령 개정을 위해 뛰었다는 평가다.
이 총리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이 총리는 여러차례 김영란법의 개정 필요성을 밝혔으며, 11월19일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을 찾은 자리에서 “늦어도 설 대목에는 농축수산인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혀 가액 상향 조정을 기정사실화했다. ‘정부의 2인자’로서 이 총리의 이러한 의중이 시행령 개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11월27일 국민권익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부결됐던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조정안이 12월11일 재상정돼 가결된 것은 거의 전적으로 이 총리의 역할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자유한국당은 9월26일 ‘김영란법 대책 태스크포스(TF·팀장 이완영 의원)’를 구성하고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전국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회장 한상기·충남 태안군수)도 9월11일 정기총회에서 김영란법 개정촉구 건의문을 채택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출처-농민신문(17.12.20)